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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우아한 영드 '셜록(SHERLOCK)'의 4가지 매력 분석

by 미돌11 2013.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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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시리즈와 하우스 정도의 미드만 보던 내가 '셜록'을 보고 영드라는 새로운 장르에 빠져들었다. 남들 다 깨춤추고 오도방정 다 지나고 난 뒤 이제서야 말이다. 영화로 무려 19번이나 리메이크된 흔해빠진 탐정 추리물에 왜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일까?  

어릴 적부터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푸욱 빠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홈즈'를 잘 알 것이다. 120년 전에 오래된 소설 속 탐정이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그것도 완전 스타일리시한 모던 훈남으로! 영국의 BBC가 마치 오래된 책장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던 고풍스런 홈즈를 사냥모자를 쓴 까도남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올레(Olleh) TV에서 한편당 1,000원인 가격을 시리즈별로 2500원에 할인해주고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이유도 모르고 빠져든 내가 오기로 셜록의 매력분석을 한번 해보자.   


1. 현대적 촬영 기법 

셜록의 영상은 추리물 답게 속도감있고 신선하다. 오프닝 타이틀엔 런던의 상징인 런던 아이(London Eye)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대형 옥외광고물이 올려진 건물 사이로는 차들이 빠르게 오간다. 움직이는 미니어처 세상을 보는 듯한 기법인 '틸트 시프트 기법'으로 촬영된 이 영상은 소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셜록에서는 재치있는 화면 전환, 플래시백을 통한 반전, 생각을 할 때면 바짝 클로즈업, 혼란스러울때 빙글빙글 도는 화면  등 다양한 기법을 선보여 보는 재미가 좋다. 

특히,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연출기법으로 영상 위에 텍스트를 얹어 자막으로 처리한 방식은 셜록의 머릿 속을 들여다보는 듯해 추리물의 빠른 사건 전개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친절한 장치인 듯하다.  때로는 시즌2 2화 '벨그리비아 스캔들'에서 아이린 애들러의 머릿속을 ???로 재치있게 처리하기도 하고, 그녀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훑어주며 추억하게 해주기도 하고, 사건의 단서를 찾는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감각적인 음악도 한 몫한다. 다소 지루하고 느린 템포의 영국 드라마에 속도감을 더해주고 긴장감을 주는데 이 음악이 큰 역할을 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부터 올드 팝송까지 보는 재미외에 듣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이제 난 이 음악만 듣고 있어도 가슴이 벌렁벌렁 ㅎㅎ 컬러링으로 하고 싶다! 

 


2. 150년 뒤 재탄생한 캐릭터  

사냥 모자에 연신 파이프 줄담배를 피우던 셜록 홈즈는 창백한 피부에 곱슬머리, 푸르고 회색빛을 띈 눈(생각을 모을땐 빠르게 좌우로 움직임)을 가진 184센티의 장신에 탄탄한 몸집을 가진 30대 젊은 남자, 베네딕트 컴버배치(줄여서 베니라 부른다)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했다. 

원작에 등장한 메부리 코에 각지고 돌출된 턱으로 단호한 인상을 풍기는 홈즈가 다시 환생한 듯하다. 원작에서 파이프 줄담배를 피우던 셜록 홈즈는 니코틴 패치를 붙이는 금연가로 나와 웃음짓게 한다. (니코틴 패치요, 두뇌 회전에는 최고죠!)  

생각할 것이 있으면 며칠이고 바흐의 파르티타 1번을 켜고, 입만 열면 자기자랑에 깐죽대거나 독설을 퍼붓는 그가 이쁠리 만무한데 나는 역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인 것을! 그의 창백한 얼굴과 희고 긴 손가락, 허리를 펴고 쟈켓을 잠그는 우아한 손놀림, 긴 롱코트를 휘날리며 척추까지 꼿꼿히 세우고 걷는 모습, 사건의 퍼즐을 풀 때면 두 손을 합장하듯 모으는 포즈를 보면 절로 사랑에 빠질듯한 기분이 든다. 사회성은 낙제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고성능 소시오패스'(스스로 사회 부적응자라고 언급)라니 눈감아줄 수 밖에! ^^

드라마 속 그의 대사처럼 "똑똑함이 새로운 섹시함이다."(Brainy is new sexy)를 몸소 보여주는 셈이다.


스스로를 사립 탐정이 아니라 '수사 자문'이라 칭하며 경찰의 미제사건을 맡아 각종 편법(무단칩입, 증거훼손 등등)을 일삼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을 해결한다. 현대판 홈즈는 아이폰과 GPS를 이용해 길을 찾고 검색을 통해 인물을 찾아내는 '얼리어답터'이다. '추론의 과학'이란 이론을 내세우며 넥타이와 왼손 검지 손가락만 보고도 직업을 알아맞출 정도로 관찰을 통한 추론 능력이 뛰어나다.

현대에서 명탐정 셜록의 활약 소식은 블로그나 트위터로 널리 알려지고, 드라마 화면 안엔 툭하면 트위터와 같은 단문 메시지 창이 등장해 범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런 자잘한 장치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셜록이 현대극으로 자연스럽게 스미도록 하는데 적절한 역할을 한다. 

그의 목소리는 또 얼마나 근사한가. 영국식 내추럴한 영어 발음에 중저음의 울림이 있는 낮은 목소리! 영화 스타스랙 다크니스에서 악역으로 출현할 때 이 목소리가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빗(2013)에서는 드래곤 목소리를 담당한다고 하니 꼭 봐야지 ㅋㅋ  

아~ 이 신비로운 눈동자의 매력


베이커가의 CSI, 잘난척 대마왕 셜록도 존 왓슨에게만은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유일한 친구 '왓슨'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정신적 쇼크로 의가사 제대를 하고 우연히 베이커가 221B번지에서 셜록과 함께 하숙을 하게 된다.  원작에서는 자서전 집필가로 나오지만 드라마에서는 의사이자 파워블로거로 분한 왓슨은 그의 독설을 참아내며 그를 대신에 사건 조사도 돕고 블로그에 사건 후기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올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셜록의 인간적인 면을 더 좋아한다나? 처음엔 '블로그 따위를 왜 해? '라던 그가 나중에는 '블로거를 데리고 가야지'라고 하기까지! 역시 블로깅을 좀 안다니까 ㅎㅎ

제작자와 작가 만장일치로 지목한 21세기 셜록,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는 한마디로 '대체 불가능'하다. 그 아닌 누가 이렇게 재수 없으면서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완전 섹시한 캐릭터! 라이벌로 등장하는 짐 모리아티까지 장난기로 가득한 찌질남으로 등장하는데, 둘의 맞대결이 드라마를 팽팽하게 견인한다. 

그는 Noble(기발해), Elegant(훌륭해), Fantastic(멋져~) 등을 연발하며 퍼즐을 풀고, 놀 상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지루하면 하숙집 벽에 총질을 해댄다. (이런 하숙색을 참아주며 밥까지 챙겨주는 허드슨 여사 존경스러워~~아, 남편을 살인범으로 감옥에 보내줬다지 아마 ㅎㅎ)  


생각에 잠길 때 손을 모으는 모습조차 아름답다.

셜록은 극중에서 '아이스맨'으로 불리지만 인간적인 면도 종종 드러난다 "실수를 안하는게 최선이야"라든가 "세상에 영웅 따위는 없어. 있어도 나는 아냐"는 식의 냉정한 현실 인식, "혼자여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라는 식의 냉엄한 멘트까지. 이토록 거만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지적으로 걸출한 만큼 인간적으로 동정심을 결여한, 심장이 없는 두뇌"(‘그리스인 통역사’편)


3. 원작에 충실하되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스토리 

'셜록'은 원작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다. 영국 BBC에서 2010년 방송한 3부작 TV 시리즈로, 영국의 국민 드라마로 불리는 <닥터 후>의 작가 스티븐 모펫, 마크 게티스(형 마이크로포트 역할)가 공동 집필하여 작품성을 높였다. 

생각을 정리할 때면 바이얼린을 켜는 셜록

드라마 <셜록>은 한 시즌에 세 편, 지금까지 불과 두 시즌, 딱 여섯 편이 방영되었다. 시즌 3은 올 연말이나 2014년이나 되어야 나온다니 거의 1년에 한 시즌 만나기도 어렵다. 한편이 90분 가까이 되는 분량이 영화를 보는 정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숙명적인 맞수인 '짐 모리어티'와의 대결이 메인 스토리다보니 대부분 반전과 반전이 뒤엉켜 따라가기 쉽지 않아 두 세번은 봐야 숨은 의미를 이해할 정도다. 

주제도 매우 심오하고 스케일이 엄청나다. 사랑, 죽음,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사건에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부터 빅토리아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셜록은 조용히 지내고 싶어하지만 현대의 미디어와 SNS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 유명세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자신이 악담을 퍼부어 적으로 돌린 사람에게 보복을 당하기도 한다. 

정부 고위 간부로 등장하는 그의 형 마이크로프트의 말처럼 '과학자나 철학자의 두뇌'를 가졌지만 '어린 시절 꿈은 해적'이었던 남자 셜록은 해적처럼 범죄 현장도 신나는 모험 쯤으로 여긴다. 거기다 사건이 발생하면 택시를 타고 언제든 달려가는 24시간 대기조이니 워커홀릭이라 할만하다.  

 "보통 사람들은 거리와 상점과 자동차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셜록과 함께라면 전쟁터를 보게 됩니다."
 - 마이크로프트 홈즈, 2010년 BBC <셜록>의 첫 사건 ‘분홍색 연구’에서 

시즌2 1편 ‘벨그라비아 스캔들’의 묘령의 여성 아이린 애들러는 셜록의 이성을 흔들고(사랑이란 감정은 함정이란 그의 말이 왜 이리 가슴 아픈지..), 2화 '바스커빌 사냥개'에 등장하는 환상은 셜록 스스로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게 만든다. 3편 '영웅의 추락'에서는 그가 스스로를 증명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심장이 없는 것 같았던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한다. 그가 시즌 3에서 어떤 모습으로 되돌아올지 벌써 기대가 된다. 


4. 매력적인 도시, 런던 

런던의 교통 체증으로 택시를 타는 탐정, 항상 흐린 날에 구름낀 하늘, 런던의 구석구석 골목까지 알고 있는 홈즈를 따라 런던의 곳곳을 둘러보고 나면 당장이라도 런던 베이커 가로 뛰어가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파리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우디 앨러 감독의 '미드 나잇 인 파리'를 보고나면 당장이라도 런던행 티켓을 끊어 그의 흔적을 찾아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진 것처럼. 

이 드라마에서는 런던의 고풍스런 명소를 모두 등장시키면서도 이를 현실적으로 묘사해 리얼리티를 더하고 있다. 그가 잘고 있는 베이커 가를 비롯한 그가 가주 가는 레스토랑, 오페라 하우스, 대영박물관은 그의 발자취를 찾는 사람들에게 '홈즈 투어'라는 이름으로 여행 코스가 개발되었을 정도라니 이쯤이면 런던 시장이 감사패라도 전해야할 판이다.

셜록이 선보이는 수트와 사냥 모자 같은 클래식 패션도 영국의 신사를 떠올리게 한다. 셜록 홈즈 박물관에는 그의 집과 사용했던 물건까지 고스란히 전시해두었다니 그가 실제 인물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이다. 내가 만일 런던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건 아무래도 홈즈 때문일 것이다.  

 <홈즈 투어의 코스가 된 햇필드 하우스>


공식 홈페이지(시즌 3 정보) http://www.bbc.co.uk/programmes/b018tt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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