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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3권을 완독하고 나서

by 미돌11 2010.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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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1Q84> 1권(4月~6月)~3권(10月~12月)을 모두 읽었다. 지난해 9월 1권을 사본 이후 계절은 그 사이에 겨울을 지나 봄, 여름을 지나고 있다. 소설 속의 계절도 봄,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로 넘어갔다. 처음엔 참 제목이 미스테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루키의 인터뷰를 보고 많은 의문이 풀리는 것 같다.(1권은 출시전 일본어 원서도 소장하고 싶어서 샀는데 물론 전혀 읽지 못했다. ㅎㅎ)



이사 후에도 하루키의 책은 나란히 정리해준 남편의 보이지 않는 배려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하루키가 일본 신초샤(新潮社)의 계간지 '생각하는 사람' 여름호와 인터뷰를 했고 그것이 한국에는 얼마전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렸다. 그 인터뷰에서 몇가지를 공개했는데 제목이 원래는 '1Q84'가 아니라 '1985'였다(밋밋하다 -,.-)는 것과 주인공 이름에 대한 작명 느낌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 '1Q84'에 등장하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신의 투영이라고 말한걸 보면 이것또한 '상실의 시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주인공들이 철저히 고독하고 사랑에서 구원을 찾으려고 하며 세상사에 적당히 쿨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도 비슷하다. 기름을 쫘악 뺀 듯한 건조한 문체는 여전히 상큼하고 발랄하고 유머러스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인터뷰 내용


"처음에는 '1985'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려고 생각했습니다. '1984' 이듬해의 이야기를 조지 오웰과는 전혀 다르게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영화 '1984'를 만든) 마이클 래드퍼드 감독이 일본에 왔을 때 '1985'라는 소설을 쓰려고 생각한다 했더니 그가 대답하더군요, '하루키, 그건 좀 별로네. 앤서니 버지스가 이미 썼어' (중략) 안 되겠다 싶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1Q84'라는 제목을 생각해냈죠." 

"아오마메(여자주인공)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아, 이건 되겠구나 싶었다. 그다음에 덴고(남자주인공)라는 이름을 떠올리면서 이 소설은 분명히 재미있는 책이 되리라는 걸 알았다"

"그가 누구든 어떤 환경에서든, 사람은 성장과정에서 저마다 상처입고 다칩니다. 다만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뿐이죠. (중략) 내가 자립하여 자유로워지고, 스스로 일을 하고, 내 생활시스템을 구축해 감에 따라 내가 어느 정도의 상처를 입었는가 하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중략) '1Q84'에 등장하는 상처 입은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확대되고 과장되기는 했지만, 나 자신의 투영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얼한 이야기를 리얼하게 쓸 수 있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관계입니다. 내가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꾀부리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을 지금까지 나의 책을 사서 읽은 사람들은 아마 알고 있을 테고 오랜 시간에 걸친 그런 신뢰의 축적이 힘이 되었습니다. "

줄거리
스포츠 인스트럭터이자 강사인 아오마메를 주인공으로 하는 〈아오마메 이야기〉와, 소설가를 꿈꾸는 수학 천재이자 학원 강사 덴고를 주인공으로 하는 덴고 이야기〉가 교대로 진행된다. 두 이야기가 전혀 상관성 없는 듯이 진행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가다보면 어느덧 강력하게 서로를 끌어당기는 필연적인 관계임에 눈뜨게 된다.

소설의 구조
소설 ‘1Q84’의 1, 2권은 주인공인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한 번씩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4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3권은 또 한명의 주인공인 우시카와의 등장으로 3명이 번갈아가며 30장을 구성하고 나머지 31장에서 완결을 맺는 구조이다. 각자의 관점에서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악

하루키와 음악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이다. 노르웨이의 숲도 존 레논의 노래에서 제목을 따왔듯이 젊은 시절에는 팝과 재즈, 나이들어서는 클래식에 심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설 도입부에서 주인공 아오마메는 택시 안에서 우연히 듣게 되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 1권을 예약해서 샀을때 부록으로 CD가 함께 왔다 - 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만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면서 소설 발간 직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주인공들이 번갈아가며 등장하며 총 48곡이 2권의 작품집에 담겨 있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과 같은 구조다. 3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참고한 곡은 바흐의 '3성 인벤션'이라고 한다. 복잡하고 치밀한 구조적 미스터리로 가득한 이 소설에 바흐의 작품과 닮았다고 생각했는지도. 

평가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두 남녀가 서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복합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 살인과 역사, 종교와 폭력, 그리고 가족과 사랑의 이야기. _가디언

간절히 바라는 것, 그것이 ‘리얼’을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소설. _가와이 쇼이치로(도쿄대대학원 교수, 산케이 뉴스)

위키 http://ko.wikipedia.org/wiki/1Q84

장편 소설을 쓴다는 것은 아마도 엄청난 에너지를 오랫동안 필요로 하는 일인것 같다. 하루키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매일 일정한 열장씩 분량의 소설을 쓰고, 매일 10㎞를 달리고, 낮잠을 잘 때는 슈베르트의 '악 5중주 C장조' 듣는다. 밥을 2주 연속 안 먹어도 아무렇지 않아 '샐러리 스틱'으로 때울 때가 잦으며, 옷은 갭·폴로·콤 데 가르송 등을 즐겨 입는 귀여운 하루키 할아버지.

이 책이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또다시 화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내가 하루키와의 인연은 참으로 이 소설로 대장정을 끝마치는 느낌이다. 내가 다시 하루키의 새로운 소설을 읽을 것 같지는 않다. 뭐랄까 이제 그는 조금 빛이 바래고 늘어지고 낡은 느낌. 반짝이는 무언가는 사라지고 없다. 날아가버린 것이다.


(BOOK3 끝)
하루키는 인터뷰에서 3권을 쓰고 나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서 4권 출시여부는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어쩐지 4권이 나올 것 같다.

 [사족] 거의 말미에 덴고가 묻는 질문이 있다. '나에게, 가져가고 싶은 소중한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라고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수첩과 필기구, 카메라와 휴대폰? 아..나도 소설집 하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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