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정통 태국 음식점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대부분 한국화된 체인 쌀국수 중심이다보니 제대로 태국 음식을 맛보고 싶을 때 언뜻 떠오르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군 입대를 앞둔 조카의 상경에 오랫만에 여의도를 벗어나 맛집을 찾아나서보았다.
눈발이 흩날리던 어느 주말, 국립 현대 미술관 서울관에서 바우하우스 전시를 구경한 후 바로 근처의 안국역의 반타이를 찾았다.
의외로 삼청동 인근에는 제대로 된 동남아 음식점이 없었다. 반타이는 안국역 3번 출구 횡단보도 앞 김밥 천국이 있는 낡고 허름한 건물의 2층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빈티지하면서도 이국적인 태국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8개 정도의 작은 테이블이었지만, 차분한 실내 분위기가 일단 마음에 들었다. 메뉴판을 보니 정통 태국식 메뉴를 갖추고 있고, 풍문에 현지인 주방장이 직접 요리를 한다고 해 기대가 무척 컸다.
데이트족의 모습이 많이 보였고, 근처 인사동으로 관광을 하러 온 외국인들도 많이 찾을 듯했다. 음료 뿐 아니라 와인와 맥주 등이 태국 현지의 것들로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태국 음식점에 오면 항상 시키는 팟풍 커리와 팟타이 그리고 야심적으로 똠양 쌀국수를 시켰다. 에피타이저로 쏨땀을, 아이를 위해 치킨에그볶음밥도 시켰다. 뭔가 기대감을 주는 이 분위기 ^^
한국에서 쏨땀은 처음 시켜본다. 태국에 가면 길거리에서 절구에 향신료 같은걸 빻아서 채썬 그린 파파야와 야채를 버무린 새콤달콤한 음식인데 한국의 김치처럼 태국의 모든 음식에 곁들여 먹으면 좋은 반찬 같은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요렇게 팟타이와 함께 먹으면 새콤한 쏨땀을 곁들여 먹으면 입맛이 절로 돋는다. 울 아드님도 이제 모험가의 식성이 되어 이런 거도 잘 드신다.
우리는 이집의 최고 메뉴를 팟타이로 결론! 어떤 음식점이든 기본메뉴를 잘해야 다른것도 잘 하듯이 쌀국수와 팟타이는 기본이라서 이걸 잘하면 믿을 만하다는 뜻이다. 달콤한 팟타이와 실한 통새우의 맛에 아이도 어른도 모두 반해버렸다. ^__^
내가 태국여행에서 가장 맛나게 먹었던 팟타이는 랑수안 로드에서 시도한 버미 쌀국수. 밀가루로 반죽한 노란 색 면에 어묵, 돼지고기, 만두 등의 다양한 고명을 얹어 최고급 프리미엄 비빔 쌀국수 '바미 무 댕'이 단돈 2000원도 하지 않았던 기억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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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를 위해 시킨 닭고기 에그 볶음밥도 어른들의 입맛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약간 꼬들꼬들한 밥에다가 야채를 넣어 계란을 넣어 볶은 밥의 향이 아주 그만이었다. 음...다시 먹고 싶다. 아...저 피클도 정말 맛났다. 나는 기본적으로 피클이 맛난집을 신뢰한다.
이집의 흠이라면 음식이 한번에 나오지 않고 순서대로 하나씩 나온다는 점이다. 아마 주방장이 한명이라 각각 다른 메뉴는 한번에 만들지 못하는듯. 덕분에 이날 가장 비싸고 메인 메뉴인 팟풍 커리는 다들 배가 불러서 제대로 맛을 평가하기 어려웠다. 기름기가 좀 많아보이는 듯하고 튀긴 새우의 식감도 다소 눅눅해서 바삭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남편이 약간 실망스런 표정으로 퉁통거려서 내가 긴장했다 ㅠ
작은언니의 큰 아들이 벌써 군입대를 했다. 이제 겨우 스물인데..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런지 언니도 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입대 후 몇주가 지나니 빡빡 머리의 조카 사진이 카톡으로 날아왔다. 학구파에 순하고 착한 조카라 군생활이 좀 걱정이었는데 그나마 공군이라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승민아~ 건강하고 무탈하게 군 생활 잘 다녀오기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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