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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BOOK 1(4월~6월)

by 미돌11 2009.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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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하루키 소설의 주제는 온리 '사랑'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회 현상과 부조리에 눈을 돌린 하루키의 소설은 점점 무겁고 난해해졌지만 여전히 '사랑'이라는 주제 의식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어둠의 저편' 이후 5년만에 장편 소설을 출간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작 소설인 '1Q84'라는 오묘한 제목으로 오랫만에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나같은 팬에게는 5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지루했기에 누구보다 그의 책이 반갑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출간 된 후 두 달 만에 200만부를 돌파하며 7초만엔 한권씩 팔리는 책으로 홍보되고 있는 이 책은 문학동네, 민음사, 문학사상사, 열린책들 등 10여개 출판사의 열띤 경쟁을 뚫고 결국 문학동네를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김춘미와 함께 하루키 장편 번역 전문인 양윤옥의 번역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 7월에 삼성 반디앤루니스를 갔다가 그의 일본어 버전의 1권을 구입하고 읽지도 못했는데, 얼마되지 않아서 8월 말에 한국에 출시된 것을 예약 판매로 구입해서 다 읽었다. 2권도 지난주에 구입해서 읽고 있는 중이다. 꽤 두껍기도 하지만 빨리 읽혀지는데 짬짬히 읽다보니 속도가 더디다.

이 블로그에서는 그리 자주 얘기지 않았지만 20대초반 부터 나는 하루키의 광팬이었다. 홈페이지의 주제를 '무라카미 하루키'로 설정할 만큼 말이다. 20대를 넘어 30대를 지나서도 나에게 하루키는 20대의 청춘을 상징하는 대명사였다. 지금도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트위터에서 Following하고 있고, 아직도 줄창 스파게티를 삶고 있으며, 여행을 갈 때면 꼭 그의 책 몇권을 갖고 가야 안심이 되는 편이다. 내 아뒤가 상실의 시대의 '미도리'에서 따와서 사용한지도 어언 12년째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은 하루키는 - 벌써 60이 코앞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OTL - 젊은 시절의 톡톡 튀는 맛은 적어졌지만 한결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해준다.

상실의 시대에서 사랑이란 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적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다.

2009년 9월 23일 그는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文章を書くという作業は、とりもなおさず自分と自分をとりまく事物との距離を確認することである。必要なものは感性ではなく、ものさしだ。
문장을 쓰는 작업은, 다시 말하자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의 거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감성이 아니라 평가의 기준(잣대)이다.


'1Q84'의 의미는 1984년에 평행하게 존재하는 어떤 세계(패러랠 월드(Parallel World))를 뜻한다. 소설 속에서 말한 것처럼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해도 좋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정말 현실인가?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내가 과연 진정한 나일까? 하는 의문은 하루키가 줄곧 가져온 소설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전혀 다른 이야기를 장마다 번갈아가며 쓰고 있고, '양을 둘러싼 모험'처럼 환타지 성격이 가미되어 있다.

당신의 하늘에는 몇 개의 달이 떠 있습니까? 

이 책의 주인공들 만큼이나 구성도 독특하다. 스포츠클럽에서 일하며 개인 교습을 하는 서른살의 여성 아오마메와 소설가 지망생이지만 학원의 수학 강사인 덴고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1권을 24장, 2권을 24장으로 나눠 두 사람 이야기를 교대로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들 두 남녀는 초등학교 동창생인 같은 사건에 연루되면서 마지막에 20년 만에 만나게되면서 사랑으로 연결된다. 사이비 종교집단이 벌이는 신도에 대한 통제, 사회적 폭력과 인간이 사회 시스템에 억압당한다는 문제를 다루면서 궁극의 해결책으로 '사랑'을 말한다. 항상 그렇듯이 그의 책에서 스토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책에서 하루키는 처음으로 '3인칭' 시점을 사용해서인지 종래의 1인칭 시점의 한계에서 벗어나 사회현상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으로 서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광신적인 종교집단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 이를 개인적으로 처단하려는 사람들의 윤리 문제를 날카롭게 건드리고 있다.



라디오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흘러 나오는 택시 안에 그녀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제1권 23쪽)

내가 누구인지 알리고 싶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도 일깨우고 싶은 야망. (제1권P.132쪽)

어딘가의 시점에서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소멸하고, 혹은 퇴장하고, 다른 세계가 거기에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레일 포인트가 전환되는 것처럼. 패러랠 월드(Parallel World) (제1권P.231쪽)

"수학강사로도 보이지 않고, 소설가로도 보이지 않는군. 나쁜 뜻에서 한 말은 아니야. 뭔가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지. 요컨대 아직 틀에 박히지 않았다는 얘기니까."  (제1권P.251쪽 에비스노씨의 말)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결정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그녀는 걸으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든 싫든 나는 지금 이 '1Q84년'에 몸을 두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1984년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1Q84년이다. (제1권 P.240쪽)

와인과 청주는 좋아하지만 간을 보호하기 위해, 또한 당분을 조절한다는 의미에서 과도한 음주는 삼가고 일주일에 사흘은 알코올을 마시지 않는다. 육체야말로 아오마메에게는 성스러운 신전이므로 항상 철결하게 유지히지 않으면 안된다. 티끌 한 점 없이, 얼룩 하나 없이. (제1권 389쪽)

달은 누구보다 오래도록 지구의 모습을 근거리에서 보아왔다. 하지만 달은 침묵한 채 말을 하지 않는다. 한없이 차갑게, 적확하게, 무거운 과거를 품어안고 있을 뿐이다. 그곳에는 공기도 없고 바람도 없다. 아오마메는 달에게 물었다.
"그렇게 쿨하게 살아가는거, 이따금 피곤하지 않아?" 달은 대답하지 않았다. (제1권 452쪽)



예약 판매로 책을 구매하면 야나체크의 CD를 선물로 끼워주길래 들어보았는데 생각보다 침울한 음악이군. 일본에서는 주인공인 아오마메가 택시 안에서 듣는 곡인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발매 후 9년 동안 2천 장이 팔렸는데, 『1Q84』가 출간된 뒤 일주일 만에 주문이 9천 장까지 몰렸다고 하니 하루키의 힘이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2권을 마저 읽은 다음에 나머지 서평을 해보기로 한다.

1Q84.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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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링크]
한국문단서 하루키의 의미는 - 주간 조선
- 하루키 명대사/명문장 모음  - 미도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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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 [Bookmark] -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小碻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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