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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12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오랜 하루키의 팬으로서 소설만큼이나 그의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사소한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그의 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이구나 하는 안심과 그의 마니아적 취향에 쓰윽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솔직히 평생 직장에 얽매여 살아온 나에게 자유롭게 여행하며 글 쓰고 잔소리 듣지 않고 사는 하루키의 팔자가 부러운 적도 많았다. (물론 하루키처럼 천부적 재능은 없다는 것이 힘정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평단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35년간 소설가로 살아남기 위해 하루키가 나름대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존경심이 들 정도이다. 나름대로 하루키라면 많이 아는 골수 팬이라고 자부해왔는데 이 책으로 한층 더 이해가 깊어졌달까.무라카미 하루키는 부모가 .. 2016. 5. 22.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에서 엿본 하루키 코드 무라카미 하루키와 김훈을 같은 날 서점에서 집어든 건 순전히 즉흥적이었다. 하루키가 데뷔 25주년 기념 장편소설 가 새로 나온 줄은 알고 있었는데 서점에 간 김에 집어보려고 갔다가 김훈의 신간 가 내 시선을 끌어당긴다. 제목부터 호기심이 당긴달까...에세이집은 잘 사지 않는데 표지에 김훈 산문이라고 써붙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산문이라...얼마나 고어적인가.직설적이고 강하고 단호한 김훈의 글처럼 책의 구성도 밥/돈/몸/길/글 이렇게 5장으로 간명하게 구성되어 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의 순서가 아닌가 짐작해본다. 솔직히 나는 김훈의 책을 한번도 정주행해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불편할 것 같았던 그의 문장은 나를 어르고 달래고 위로하며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정말 알 수.. 2015. 10. 15.
35세~45세 직장인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 - 쿨하게 생존하라(김호) 김호 대표님과의 인연은 오래전 2009년 가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업 블로그를 오픈하고 6개월 정도 지나서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내게 연락을 해 세미나 공동 발표를 제안하셨다. 업계 전문가들이 주로 발표를 하고 기업 PR 담당자와 책임자들이 참석하는 자리라 당시 소셜 초보였던 내가 감히 그런 자리에 설 자격이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평소에 블로그를 통해 흠모해마지않던 PR 전문가이자 위기관리 전문가이신 김호 대표와 여의도까지 직접 오셔서 메리어트 2층 카페에서 통창으로 부서지는 햇살을 맞으며 스파게티를 사주신 덕분에 설득에 넘어가 버렸다. ㅠ 용기를 내 승낙을 하긴 했지만, 이후 얼마나 많은 고민과 하며 발표 준비를 했는지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뉴스의 미래에 대해 기술과 사회적 .. 2015. 2. 9.
무라카미 하루키 열번째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베스트셀러 1위의 기염을 토하고 있는 하루키의 10번째 단편집 을 읽었다. 2005년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이다. 역시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소설가로 무라카미 하루키 만한 사람이 있을까? 하루키는 스물 몇살에 우연히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서른살 즈음에 을 썼다. 하루키의 정식 단편집은 10권이다. 나머지 다른 것들은 모두 출판사에서 짜집기를 해서 내놓은 것이라 번역도 그렇고 편집도 제멋대로이다. 무엇보다 시기별 하루키의 변화를 관찰하려면 순차적으로 읽는것이 좋다. (다음은 일본어판 출시연도 기준임.) 중국행 슬로우보트 1983 - 오후의 마지막 잔디, 캥거리 통신, 중국행 슬로우보트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콩트집 1983 - 캥거루 날씨(통신.. 2014. 10. 26.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에세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라디오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의 젊은 여성 타겟의 패션주간지 에 1년간 연재한 50편의 에세이를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환갑을 넘긴 작가가 젊은 이들의 눈 높이에 맞는 생기발랄하고 귀여운 느낌마저 드는 이런 에세이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가 존경스럽다. 매주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면서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 내느라 머리를 굴리고 있었을 하루키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지난해 8월, 라는 요상한 제목의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에세이를 내놓더니 벌써 올해 5월에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가 번역되어 한국에 나오다니...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도 빠짐없이 책상 앞에 앉아 묵묵히 글을 써대는 부지런한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하루키 수필의 소재가 점점 줄어들어 아쉬운.. 2013. 5. 18.
하루키 에세이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이 시시하지 않은 이유 제목 한번 요상하다. 이건 또 뭔가. 간단히 말하면 좋아하는 채소에 대한 변호와 역겨운 바다표범 (오일)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 생각할 수록 절로 웃음이 난다. 하루키의 다른 수필처럼 이 책에서도 대단한 인생에 대한 열정이나 조언도 없이 이상하고 엉뚱하고 시시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기대를 크게 갖지 않고 그저 푹신한 소파에 눌러앉아 땅콩이나 까먹으며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그런데 이 책이 3년간의 장편 소설 '1Q84'를 탈고한 직후 그의 가장 최근의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진지하고 무거운 소설을 쓰던 사람이 20대 여성이 보는 패션잡지인 에 '무라카미 라디오'란 칼럼을 연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2012. 8. 13.
좋은 북카페의 조건을 모두 갖춘 '자음과 모음' 개인적으로 북카페를 즐겨 찾는다. 혼자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차도 무한 리필해 마시고 와이파이로 인터넷 하면서 블로깅도 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면 더없이 좋고 (주로 내가 가져가는 편이긴 하지만) 읽을 만한 책이 많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동안 홍대앞 북카페는 토끼의 지혜, 오타치는 코끼리, 카페 꼼마, 그리다 꿈 등 다양한 곳을 다녀봤지만 이번에 합정역 근처에서 제대로 북카페 다운 북카페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요즘 출판사들이 북카페로 반품도서 판매 등으로 수익도 개선하고 북콘서트나 갤러리 등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게 트렌드인 모양이다. (이곳 외에도 후마니타스가 만든 ‘후마니타스 책다방’, 문학동네의 ‘카페꼼마’, 문학과지성사의 ‘KAMA’, 사계절출판사 ‘사계절 책.. 2012. 7. 15.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 할 이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하루키 신간이 나오면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는거에요?' 나는 대답했다. '책임감이죠.' 상대가 말했다. '흠..뭔가 좀 무서운걸요' 그렇다. 나의 20대를 관통해 30대를 지배한 하루키는 이제 나에게 읽고 싶은 작가이면서 동시에 어떤 책임감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의 글이라면 언더그라운드와 같이 엄숙한 글이든 1Q84처럼 3권의 두꺼운 장편이든, 이번 책처럼 가벼운 잡문집이든 기꺼이 마다하지 않고 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출판한 회사의 마케팅 문구처럼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이라 한 건 좀 허풍이 심하고 그저 잡문집이라고 하는 것이 딱 어울린다. 30년간 각종 잡지나 신문 등에 기고해 온 글이나 시상식의 소감문, 인사말, 대담, 번역한 책의 저자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책 서문,.. 2011. 11. 22.
내가 사랑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서재를 엿보다 지난 9월 28일 알랭 드 보통 내한소식을 뒤늦게 알고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 한국 독자들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사는 그간 나는 그의 팬을 자처해왔는데 말이다. 중앙과 매경에서 단독 인터뷰를 했고, 네이버와 인터파크에서 강연을 했고, 홍대 거리에서 게릴라 사인회를 하는 동안 나는 몰랐다는 것. OTL 이번 방한은 NHN에서 진행했다고 하는데, 지난 2006년 네이버 '오늘의 책' 서비스의 '온라인 작가와의 만남 이라는 코너틀 통해 한국 독자들을 위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인연이 됐다고 한다.다행히 네이버에 그가 추천한 책 5권과 그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모두 내가 읽었거나 읽으려고 작정한 책들이라 다시한번 놀랐다. 와우~ “당신만 외로운 건 아니랍니다!” 매일경제 생활/문화.. 2011. 10. 31.
상실의 시대 영화화에 대한 미도리의 기대 제이유님이 가 영화화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셔서 찾아봤더니 감독이 제가 좋아하는 그린 파파야 향기와 시클로의 트란 안 홍이고 일본 배우 캐스팅도 꽤 마음에 드는 걸 보아 무척 기대가 되는 영화다. 트란 안 훙은 스토리나 대사보다 은유와 상징 등을 통해 이미지로 대화하는 감독이라 상실의 시대와 잘 맞아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는 1987년에 발간되어 (작가에 따르면 우연히) 일본에서만 800만부가 넘게 팔리고 36개국어로 번역된 밀리언셀러다. 트란 안 홍 감독이 직접 프랑스어로 번역된 소설을 읽고 나서 내린 결정이란다. 지금까지 판권을 넘기는 데 적잖이 주저해온 무라카미 하루키지만, 트란 안 홍이 하루키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감독이라 결정을 했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영화화는 이후 두 .. 2009. 5. 21.
계란과 오믈렛의 차이 대학에서 걸어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조그만 레스토랑. 학생들 취향의 식당보다 값은 비싸지만 '꽤 맛있는' 오믈렛을 먹을 수 있다. 내가 오믈렛을 먹고 있는데, 친구들과 함께 들어온 코바야시 미도리가 말을 건다. "와타나베 선배, 맞죠?" 나는 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 미도리는 테이블 너머 자리에 앉아 선글라스를 벗고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접시로 눈길을 옮긴다. "맛있어 보이는데요, 그거." -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중에서 "80엔이면 살 수 있는 계란 한 개가 프라이팬을 통과하면서 800엔짜리가 된다." 일본의 아사쿠사에 있는 오래된 양식집에서 주방장이 신입요리사에게 처음 하는 말이란다. 그만큼 기술의 연마가 필요하다고. 오믈렛을 만들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우 간단한 요리임에도 적당.. 2008. 9. 22.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小碻幸)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글에 대해 "장편 소설은 제일 크고 함대의 주력인 '전함'이고, 중편 소설은 '순양함', 단편소설은 '구축함' 같은 것이고, 장편소설은 '운반선'이다." 그렇다면, 에세이는 낯익은 파도 위를 조용조용 흔들리면서 표류하며, 손으로 삿대를 저어가는 보트와 같다고나 할까. - 번역자의 말 중에서 나는 수많은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었지만 장편보다는 단편이 발칙하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좋았고, 단편 못지않게 '인간 하루키'를 짐작해주게 해주는 에세이 쪽이 읽는 재미도 더 솔솔하다. 그의 에세이에는 소년 같은 장난기가 엿보이기도 하고 삶에 대한 관조와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한마디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小確幸)을 발견하게 해주어서 무척 좋아한다. 《주간 아사히》에 1년 1개.. 2008.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