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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46

인생과 사랑에 대한 담론 - 사랑을 카피하다(2010) 내가 이 영화를 보러 시네큐브 광화문을 들어선 것은 전혀 예상치 않은 일이었다. 달콤한 5월의 평일 하루 휴가가 주어졌고,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획을 짜아하게 계획했다. 먼저 한가한 오전 시간, 북촌 한옥마을을 거닐며 고즈넉한 산보를 즐기다가 삼청동 쪽으로 빠져서 커피와 책, 인터넷이 함께 하는 북카페를 찾아 나의 정신을 맑게 정리한 뒤 누군가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삼청동의 봄을 만끽하며 거리 쇼핑을 한다. 사고 싶은 치마나 새로운 신발을 살만한 가게도 점찍어놨다. 그러다 광화문까지 걸어와 교보문고에 들러 사고 싶은 책을 몇 권 산뒤 시네큐브 광화문에서 영화를 한편 본다. 이것이 나의 완벽한 휴가 플랜이었다. 여기서 어긋난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바로 화창할 거라 예상했던 날씨가 아침부터 꿀꿀하더.. 2011. 5. 23.
쓸쓸한 사랑의 유통기한 -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참 이상한 영화다. '여자 정혜'를 볼 때도 그랬지만 이윤기 감독의 영화는 참 정적이다. 주인공 감정의 변화도 너무나 미세하여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한다. 공간도 집밖을 벗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제작비는 절감될듯 ㅎㅎ) 이렇다 할 사건도 없고, 애정 씬도 없고, 대사도 별로 없는 그야말로 심심하기 그지 없는 그의 영화가 왜 해외 영화제에서만 주목을 받는 것일까? 군 입대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현빈과 충무로가 사랑하는 여배우인 임수정을 캐스팅할 수 있었던 것도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초대될만큼 이 감독의 작품성에 대한 배우들의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너무 지루하거나, 너무 섬세하거나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이 평도 크게 엇갈린다. 너무 지루하다 혹은 매우 섬세하다. 출판일.. 2011. 4. 30.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화 상실의 시대를 보기 전에 1987년 첫 발간 후 36개국에서 1100만부가 팔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원제:Norwegian Wood)의 개봉이 4월 20일인줄 내가 모르고 지나다니! 아뿔싸. 이 블로그에 상실의 시대 영화화에 대한 미도리의 기대(2009/05/21)라는 포스팅을 한 지 꼬박 2년이 걸려서야 한국에서 개봉한 것이다. 아~ 이 블로그의 주제와 내 닉네임의 출처인 이 영화의 한국 개봉을 나는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말이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클까봐 살짝 걱정이 되긴 한다. 왕가위 감독이 '상실의 시대'를 영화화하겠다는 것을 거절한 바 있는 하루키는 트란 안 훙 감독의 끈질긴 설득으로 영화를 허락했고, 직접 각본에 참여했다니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한다. 그가 영역본에 얼마나 까다로운.. 2011. 4. 23.
죽을 각오로 덤비는 하드 보일드 영화 '황해'를 보고 12월 22일 개봉한 황해의 인기가 뜨겁다. 근데 영화는 참 불편하고 또한 불친절하다 사회적 부패나 비리를 주로 다루는 '사회파 감독'인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과 하정우, 김윤석 콤비가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액션씬이 좋지만 결말은 맘에 들지 않는다. 나는 영화를 선택할 때 감독을 신뢰하고 보는 편인데 추격자가 참 신선하고 좋았기 때문에 황해를 다시 선택했다. 역시 감독이 신뢰하는 배우와의 만남의 역시 결과물이 좋은 것 같다. 하정우는 영민하고 본능적인 감각이 좋다. 김윤석은 스스로 이 캐릭터가 정말 맘에 든다고 할만큼 개성강한 캐릭터다. 황해를 건너온 두 남자, 하정우와 김윤석 추격자를 봤을때 느꼈던 그 집요함, 악착같음, 날것의 이미지, 하드보일드 폭력의 이미지가 추격자와 그대로다. 중국계 한국인을 뜻.. 2010. 12. 30.
실망은 없다! 현실보다 더 생생한 영화,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을 좋아한다. 다찌마와리부터 아라한 장풍 대작전까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과장되고 때론 리얼한 액션 장면은 이 영화에 없다. 대신 숨쉴틈 없이 꽉 짜여진 스토리가 있고, 타협하지 않은 치밀한 각복이 있다. 액션이 없어 서운하지만 그전보다 훨씬 더 세련된 류승완식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없는 범인을 만들어내는 경철 최철기(황정민)은 윗선의 회유와 압력으로 건설사 사장인 스폰서 장석구(유해진)을 이용해 무고한 용의자를 조작한다. 이를 캐는 검사 주양(류승완)도 기업의 스폰서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 영화 내내 황정민과 류승완은 서로의 약점을 꿰차고 먹고 먹히며 필시적인 맞수의 대결을 팽팽하게 보여준다. 야비한 역이 잘 어울리는 황정민은 이번에 감정을 억누르는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자신의.. 2010. 11. 15.
우리 곁의 대통령,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고 오늘 개봉한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영등포 타임 스퀘어의 CGV에서 보고왔다. 어제 퇴근하면서 bong님이 예매를 해주신 덕분에 개봉 첫날 영화를 보려고 퇴근 후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뛰어갔다. 이 영화는 대통령이나 정치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정작 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의 식사를 책임지는 주방 요리사들의 이야기다. 북핵 문제에서 왜 당사자인 한국은 뒷짐지고 있어야 하는가, 왜 정치인들은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쇼를 하는가,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이웃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국민은 행복하지 않은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미디어들은 어떤 방식으로 오바하고 날뛰는지, 한 사람의 정치인이 백만 대군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준다. .. 2009. 10. 22.
트랜스포머 2에서 LG휴대폰으로 로봇과 싸우다 영화 이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영화 예매율 순위에서 24일 오전 현재 91.38%의 점유율로 1위 기록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로봇들이 지구를 점령한 셈입니다. 저는 운좋게 개봉전날 용산 CGV에서 볼수 있었는데요, 트랜스포머 1을 보면서 로봇들이 유치하게 농담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쌍둥이들의 유치한 장난도 그냥 보아 넘길만 하더군요. 감독의 말에 따르면 로봇에 인간적인 느낌을 가미하려고 애쓴거라고 하는군요. 이집트 피라미드 안에 큐브를 숨겨두고 태양을 파괴한다는 설정이 정말 진부했지만 시각적 효과들이 워낙 탄탄해서 단순한 플롯은 좀 용서를 해야겠지요? 정신없는 스펙타클 액션은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고철 덩어리들이 쾅쾅 부딪히며 싸움을 하는 장면은 정말 숨 쉴틈없이 몰.. 2009. 6. 27.
말랑말랑한 청춘 영화와 함께 한 연휴 아이가 생기고 영화관을 자주 찾지 못하는 나에게 최근 고마운 친구가 바로 하나TV다. 한 두달 내의 최신 개봉 영화도 3,500원이면 해결해주니까. 이상하게도 요즘은 그간 보고 싶어 미뤄두었던 진지한 영화보다는 뭔가 내 머릿속을 깨끗이 정화해 줄 그런 가벼운 영화가 필요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산소가 부족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이번 연휴에 내가 선택한 세 편의 영화 중 이연희가 나오는 영화가 공교롭게도 두 편이나 되었는데 의외로 무척 신선했고, 내가 좋아하는 최강희, 유지태라는 배우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단, 영화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는 금물. 이런 류의 영화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부담없이 즐기면 되는 것이다. 진지한 인생 따위는 멀리 훨훨 날아가버려~~ 저자극성 사랑 이.. 2009. 1. 30.
내 청춘의 아름다운 영화 16선 민노씨님 덕분에 새로 사귄 가즈랑님의 집에서 영화에 관한 대화라는 포스팅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10개를 뽑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갑작스레 포스팅한다. 누구나 다 본 흥행 성공한 영화 말고 내가 보석처럼 여기고 몰래 간직하고 있다고 누군가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들로만 모아 보았다. 뽑고 나서 보니 감수성이 예민했던 20대 청춘에 본 영화가 대부분이다. 세월에 따라 영화도 변하고 인생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고 했다. 30대에는 어떤 멋진 영화들이 기억될까. 내 청춘의 보고서 - 중경삼림(1995) 수많은 영화 중 아직도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이다. 대학 시절 본 당시 센세이션을 일이킨 이 영화는 Mamas & Papas가 부른 California dreaming이란 .. 2009. 1. 10.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HBO의 TV드라마인 "섹스 앤 더 시티"의 영화 버전인 줄 알았는데 완결판인 시즌 7으로 나타났다. 눈을 어지럽히는 명품 브랜드의 가방과 옷, 신발들, 전 세계에서 끌어 모아놓은 웨딩 드레스들, 애플 노트북과 화려한 인테리어 등만 참아주면 스토리는 여성들에게 꽤 공감을 주는 면이 있다. 물론 남자들은 내가 '스타워즈'나 '스파이더맨'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이 영화를 경멸할 것을 잘 알지만 말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섹스 앤 더 시티"의 반가운 오프닝곡이 흘러나오자 신기하게도 내 가슴이 두근두근 반응한다. 시즌 6 이후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화려하기만 한 20대와 현명한 30대를 지나 성숙한 40대를 맞이하고 있어 세월의 흐름을 실감나게 했다. (캐리의 실제 나이는 43세, 사만.. 2008.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