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추상 거장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의 만남(페이스갤러리)
동서양의 대표 추상 거장의 2인전 <코레스폰던스 (Correspondence·서신):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전이 열리는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에 다녀왔다. 동서양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마크로스크와 이우환은 절제와 여백 속에서 사유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닮았다.
이번 전시에는 이우환 작가의 2018~2023년작 '대화(Dialogue)' '응답(Response)' 연작 회화 4점과 마크 로스코의 1951~1969년 작품 6점이 공개됐다.
🌵전시기간: 2024.09.04.(수) ~ 2024.10.26.(토)
🌵 관람료 무료, 월/일요일 휴무 (10/3 개천절 휴무)
🌵 평일 운영 : 오전 10시–오후 6시
전시장 2층에 올라서면 어두컴컴한 조명에 촬영 금지라 해서 의아했더니 빛이 차단된 이 폐쇄 공간엔 마크 로스코의 명화 6점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 걸린 로스코의 6점 작품은 함께 작품을 건 이우환 화백이 직접 골랐다고.
마크 로스코(1903∼1970)는 ‘색면 추상’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 작가로 불안한 도시의 모습이 초현실주의적으로 불리는데 이는 불안과 막막함이 러시아 이민자(10세에 미국으로 이민)로서 겪는 감정일까?
전체가 검은 바탕인 1964년작 'No.5'(Untitled), 2개의 사각형이 상하로 나뉜 무채색 작품들(1963년작 'Untitled' 등)은 무척이나 우울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반면, 최고가 경매작품인 1951년 작품 'No.16(Green, White, Yellow on Yellow)'는 밝고 경쾌한 느낌이고,
자살 직전 생애 마지막 작품인 '강렬한 빨강' 두 작품까지 모두 대형 크기로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빨강은 작가의 마지막 삶의 열정일까, 피의 상징일까 궁금해진다.
마크 로스코가 예술적 번민 끝에 1970년 자살로 삶을 담은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은행나무 펴냄)도 현장에서 전시중이다.
로스코는 캔버스 위에 직사각형을 그냥 던지는 게 아니라 아주 세밀하고 정확하게 관계를 설정해요. 그런 세밀함이 모차르트의 음악과 닮았죠.”(딸 케이트)
한편 3층에 들어서면 밝은 자연광이 비치는 방에 설치된 이우환 작가의 작품 속 붓질과 여백은 '유(有)와 무(無)' 또는 '실(實)과 허(虛)'로 은유되곤 했다.
이우환의 2018년작 '대화'는 가로 6.8m, 세로 2.6m의 압도적인 크기의 캔바스에 '블루, 브라운, 레드, 그린' 네 개의 색채가 갖자 붓질의 위치와 방향이 조금씩 다른게 느껴진다. 약 1.9m짜리 패널 4점을 금색 경첩으로 연결해 직립으로 세운 대작으로 뒷면도 볼 수 있게 설치되어 있었다.
2022년작 '응답'은 중앙의 광활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캔버스의 좌측엔 푸른 색채, 우측은 붉은 색채을 배치해 두 차례의 붓질이 서로를 마주 보게 만든 점이 특징이다. 우측의 뭉쳐진 형태의 표현은 처음 보는 표현방식인듯하다.
겹겹히 춤추듯 흐르는 붓질의 물감이 인상적이었다.
무심한 붓질이 만난 이 전시는 산 자(이우환)와 죽은 자가(마크) 색(色)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우리에게 영적인 명상을 허락하는 듯하다. 한참이나 그림 앞에서 조용하게 그림 명상을 하고 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페이스갤러리는 조민석 건축가의 작품으로 1층 중정의 조각 작품인 <Relatum - correspondence>도 이번 전시 작품들과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서울아트위크 주간을 맞아 푸르름이 가득한 9월의 한남동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길 건너 패션5 건물 앞에는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까지 알현하고 한남동의 길거리까지도 풍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