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Story

도쿄 청소부의 평범하지만 완벽한 하루, 퍼펙트데이즈

미돌11 2024. 8. 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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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펙트 데이즈'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는 도쿄의 청소부 '히라야마'의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순간을 담은 영화. 
'도쿄 토일렛'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점프수트를 유니폼처럼 입고 캔커피를 마시고 열쇠를 찰랑찰랑 거리며 차고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팝을 들으며 일한다. 아침엔 화분에 물을 주고 필름카메라로 코모레비*를 찍고 저녁에 단골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잠들기 전에 헌 책방에서 산 책을 읽는 아날로그 일상을 매일 지겹게 반복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OnEksa8f4w

이 영화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시부야의 공중 화장실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도쿄의 화장실이 이렇게 으리삐까번쩍했다고 싶을만큼 다채로운 화장실이 등장한다.

우리가 '쉘 위 댄스'로 기억하는 야쿠쇼 코지는 이 영화로 일상 속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는 모습을 섬세한 눈빛과 표정으로 잘 소화한다. 야구쇼 코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득이 되는 영화랄까.
인생의 희노애락을 모두 거친 드라마틱한 얼굴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 
영화에서 사연을 가진 듯한 여동생과 조카의 등장이나 아이를 대하는 태도 등에서 그의 전직이 매우 고위층이었을거라는 짐작은 가지만 현재 그의 직업은 청소부인 것이다. 

부드러운 선이 흐르지만 무뚝뚝하고 과묵한 얼굴은 가끔씩 미소가 번지기만 해도 말도 안되게 잘 생겨보이는 게 마법 같다. 엔딩에서 그가 노래를 배경으로 웃는 듯 우는 표정을 오래오래 보여주는 장면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은 일본의 국민배우로 2023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60~70년대 명곡인 루 리드의 'Perfect Day'와 롤링스톤스 등 사운드 트랙도 아주 멋지다! 
실제로 촬영할 때 이 노래를 틀어줬다고 하니 더욱 리얼한 연기가 탄생한 듯하다. 

나이에 맞게 뱃살과 처진 얼굴살, 하안검 수술조차도 하지 않은 코지의 자연스러운 얼굴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반복되는 일상을 매일 조금씩 다르게 연기하는 그만의 노하우도 궁금했는데 이를 이끌어낸 빔 밴더스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실제로 산책과 자전거, 사진찍기, 화분 키우기 등이 배우 자신의 실제 취미와도 같다고 하니 더욱 싱크로율이 높아진 듯하다. 


* 코모레비(こもれび) :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 소확행 (小確幸) : 일상의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매일 자신이 선택한 평온한 일상을 반복하는 것, 이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다. 
그것이 매일 매일 퍼펙트데이이기를. 

 

* 얼마전 방한한 코지를 역시 이동진 님이 만나 인터뷰한 영상이 반갑다. 
https://youtu.be/OqFblBnNBc0?si=KHi9midWusmxFD6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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