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봄밤을 수놓은 임동혁과 여자경 (트리니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5월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경 음악회 ‘차이콥스키 VS 드보르작’의 협연자로 관객들을 맞이한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트리니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여자경 마에스트로에게 홀딱 반했다.
이날 임동혁이 2001년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 파이널에서 연주한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은 섬세하고 날렵한 손놀림과 더불어 우아함이 느껴졌다.
2001년의 롱티보 콩쿠르 결선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이전보다는 섬세하고 날렵한 손놀림과 더불어 우아함이 느껴졌다. 특유의 호방하고 거침 없는 질주는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피아노의 카덴차가 또 다른 무아지경으로 내달리자 관객들은 숨을 삼켰다. 1악장 마지막에 콧잔등의 땀을 닦았을 때는 연신 같이 땀을 닦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어 여린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튕기어 음을 내는 방식)로 시작한 2악장에서 분위기 전환에 시동을 걸던 임동혁은 3악장에서 1악장 이상의 강렬한 열정을 보여줬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여 지휘자와 교감하며 마무리를 장식했을 때 관객들 사이에도 카타르시스가 전해졌다. 박수 갈채가 터져 나온 건 마지막 건반을 타격하기 직전이었다. ( 서울경제 기자 중에서 )
앙코르 곡인 차이콥스키의 ‘사계’ 10번은 격정적이었던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켜주었다.
그가 걸어온 20년 연륜이 느껴지고 더욱 더 능수능란하고 깊어졌다.
여자경 지휘자의 발견
전 세계에서 단 5% 뿐이라는 여성 마에스트라 여자경 대전교향악단 상임 지휘자가 이끄는 트리니티 오케스트라는 ‘드보르작 교향곡 제8번 G장조’를 들려줬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체코의 작곡가인 드보르작의 서거 120주년을 맞아 선정한 이 작품은 고전파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드보르작 특유의 창조성과 더불어 보헤미안 색채를 담아내 시대에 획을 긋는 작품이다.
여자경의 지휘자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을 볼 수 있는 합창석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합창석에서 들어보니 오케스트라를 전면에서 관람할 때보다 현악기의 소리는 약한 대신 관현악이 더 가까이 들려 웅장한 음향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경 마에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눈을 맞추며 섬세한 손짓으로 강약을 충분히 주면서도 표정에서는 여유가 넘쳤다.
창단한지 10년도 채 안된 젊은 트리니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밝고 경쾌한 연주도 좋았다. 여 마에가 양 날개를 펴듯 팔을 뻗어올리면 오케스트라는 하나로 뭉치고, 연주자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작은 손짓을 보내면 매우 섬세한 표현이 쏟아진다. 만족스러움을 느끼면 찡끗 웃기도 하는게 그녀의 습관인듯 하다.
임동혁이 커튼콜 후 수석의 손목을 덥썩 잡고 그 특유의 어기적거리며 퇴장하는 거 보고 심쿵함. 내가 저 손목이 되고 싶달까ㅋㅋㅋ 난 왜 이렇게 마음 따뜻한 내향적인 인간들만 좋아하는건지 🤣
“늘 저를 겸손하게 하는 곡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클래식 음악처럼 저도
이 곡을 그렇게 변함 없이 충실하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임동혁 피아니스트)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차이코프스키와 드보르작의 선율이 울려 퍼지는 예당 봄밤의 정취가 낭만적이었다.
* 오늘의 앙코르
1부 차이콥스키 사계 중 10월
2부 드보르작 유모레스크
예당 분수쇼를 보니 여름이다. 기분이 날아갈듯 무척 느껍다.
언젠가 정영선 조경가 님이 조성한 예술의 전당 정원도 한번 탐험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