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부처님 오신 날에 무릉도원 같은 호암미술관 정원 '희원'을 가다
호암미술관이 5월 15일 부처님 오신 날에 즈음해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의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들의 번뇌와 염원, 공헌에 초점을 맞춘 국내외 불교미술의 걸작(국보, 보물 등 92점)을 대규모 공개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를 보고 왔다.
호암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국내외 27개 컬렉션에서 불화와 불상, 사경과 나전경함, 자수,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불교 미술품 90여건을 한데 그러모은 역대급 규모이다. 국내 소장품으로는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등 9곳 소장처의 국보 1건과 보물 10건 등 40건이 출품했다. 해외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보스턴미술관 등 미국의 4개 기관과 영국박물관 등 유럽의 3개 기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일본의 11개 소장처에서 빌려온 일본 중요문화재 1건, 중요미술품 1건 등 52건 등 해외에 있는 불교 미술품도 대거 전시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탈탈 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인데도 작품 수가 많지 않으니 얼마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빈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리움 ↔호암 셔틀버스 운행 : 3/27 ~ 6/16중, 화~금요일 (주 4일, 일 2회)
📍 관람료: 성인 1.4만원 (예술인패스 50% 할인)
📍 전시기간 : 3/27~6/16
📍 운영 시간 :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도슨트 2시, 4시 하루 2회 진행
📍 온라인 예약 : 홈페이지에서 전시 및 셔틀버스 예약 가능 ( 바로 가기 링크)
미술관 2층에서 내려다 본 미술관 앞 풍경. 낮게 깔린 산과 호수와 정원인 '희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부내 잔뜩 나는 부잣집 풍경이다. 희원은 매림 속 석단, 정자, 연못, 담장이 석탑, 불상 등의 석조물과 더해져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득 풍긴다. 여기에다 담장 넘어 호수인 감호(鑑湖)가 보이는 차경을 보니 상상 속 무릉도원 같다는 생각에 감탄이 절로 터진다.
불교 교리에서 여성은 성불(成佛)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로 규정됐으나, 문화적으로 보면 오히려 찬란한 불교미술을 꽃피운 주역이기도 하다.
1부에서는 불교미술 속에 재현된 여성상을 인간, 보살, 여신으로 나눠 지난 시대와 사회가 어떤 시각으로 여성을 바라봤는지를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불교미술품 너머 후원자와 제작자로서 여성을 발굴해 사회와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기로서 살고자 했던 여성들을 살펴본다.
이번 전시작 중 7세기 중반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개인 소장)과 고려시대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리움미술관 소장), 고려 '아미타여래삼존도'(리움미술관 소장) 등 9건은 국내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백제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청년을 보니 넓은 어깨, 날렵한 허리, 아름다운 몸선이 이석훈을 닮았네 😊 (덕질의 휴유증)
고려의 경전인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1~7권은 금으로 직접 필사한 귀중한 사경을 만났는데 그 화려함과 정성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귀한 보물이었다.
불상이나 불화의 발원문엔 공식적인 불교 문헌에서 볼 수 없는 여성들의 이름이 빼곡하다. 작품의 아름다움과 함께 금빛 광채 너머 존재했던 옛 여성들의 존재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전 겁(劫)의 불행으로 인해 여자의 몸을 받았습니다. 다음 생애는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1345년 진한국대부인 김씨(辰韓國大夫人 金氏)가 사경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을 조성하며 발원문 중에서
전시 제목인 '진흙에서 피어나는 연꽃'은 최초의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에서 인용한 문구로 사회적, 제도적 차별에도 불구하고 불교 미술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여성들을 만나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전시라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빛과 온·습도에 민감한 고미술 서화 작품들이라 실내가 매우 어두워 촬영에 다소 불편하니 참고바람)
전시를 보러 갔으나 호암미술관 ‘희원’의 아름다운 봄 풍경에 반해 두 눈에 가득 담고 왔다. ‘희원’은 삼성문화재단의 호암미술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한국 정원의 미의식을 재현한 곳이다.
700여 평 공간에 가득한 매화나무 숲 매림(梅林) 속에는 고사리와 송악 등 자생식물이 심어져 있으며 길 폭이 좁아, 깊은 산 속의 좁은 오솔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덕수궁 유현문을 본떠 전통 문양과 형태를 바탕 만든 대문인 보화문(葆華門)과
경주의 불국사 다보탑을 재현한 다보탑과 승려의 사리탑인 현묘탑(玄妙塔)도 보고
경복궁 자경전 뒷편의 본딴 십장생 문양이 아름답게 새겨진 꽃담도 거닐어보자.
가실리의 옛 지형을 상고하여 조성한 작은 동산으로 꽃으로 가꿔진 화계(花階)와 아름답게 꾸며진 연못, 그 연못에 두 발을 담근 한 칸의 정자 관음정(觀音亭)도 만나보았다.
주정(主庭) 가운데 위치한 네모반듯한 연못의 이름인 법연지(法蓮池)는 진흙에서도 맑은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인간 정신의 아름다운 승화를 기원하고자 붙여진 이름으로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희원'에는 유퀴즈에 나온 정영선 조경가의 한국 전통 정원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이 담겨있다. 삼면이 바다이며 산이 많은 한국 땅은 신이 만든 정원이라 말하는 그녀는 정교하거나 인위적인 정원보다 자연과 가장 가깝게 닿을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정원을 사랑하는 분이다.
그녀가 추구하는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의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철학을 정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https://youtu.be/j18xNn55UpY?si=Th_RC9FrebkMyqEL
정영선 조경가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한국의 아름다움에 감탄 또 감탄하고 왔다. 버스 셔틀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남은 시간이 짧아 피크닉을 오래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호암은 작년 가을에 가서도 좋았는지만 오월의 봄이 단연 최고인듯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을 보러 계절마다 다녀가고 싶은 곳이다.
호암미술관 소개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선생이 설립한 미술관으로 1982년 4월 22일 개관하였습니다. 한국 고유의 전통양식으로 완성된 미술관 외관은 불국사의 백운교와 같은 아치형 돌계단을 기단 구조로 한 1층 건물 위에 청기와의 단층 건물을 얹어 2층으로 만들어졌으며 총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술관 내에 식당은 따로 없으며 태극당이 전시 기간인 6/16까지 팝업으로 운영 중이다.
* 찾아가는 법 : 미술관 정문을 나와 오른쪽(정면 방향) 2시 방향쯤에 꽃담을 찾아서 그 뒤로 돌아가면 나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