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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2.0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정말 유용하다

by 미돌11 2011.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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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꼼수다'로 화제가 되고  있는 전직 딴지일보 당수인 김어준씨가 MBC 라디오에 진출해 지난 5월부터 MBC 표준 FM에서 평일 오후 9시 35분에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운영한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마음 둘 곳 없어 하는 현대인들에게 색다른 상담 창구 역할을 하게 되었을까.
 
지인의 소개로 몇주전 처음 들어본 이 프로그램은 정말 색다르다. 세상에 대해 삐딱한하고 자존감이 높은 인문학적 마초인 김어준과 요일별로 애정상담, 직장상담, 성격 상담 등 별별 전문가들이 다 나와서 상담을 해주는 그야말로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색다른 상담소'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이 상담소에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소한 그런 것들(어쩌면 사소하지 않은 문제들)을 진지하고 위트있게 해석해주고 (나름대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긍정의 힘은 살짝 지겨워, 부정의 힘으로 순수하게 성공한다'라는 이 프로그램의 CM송처럼 뻔한 해결책이 아닌 한번 비틀어 생각해보는 김어준과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정말 쉬운 말로 얘기해주는 것이 좋다. 듣다보면 '아~ 상담이란 것이 이렇게 유용한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나도 이런 상담 한번 받아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심지어 여름 특집편(2011.8)으로 아는척 매뉴얼이란 희귀한 특집을 진행하기도 한다. 커피, 와인, 클래식, 음악 등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은 많으나 의외로 잘 모르는 것을 파헤친다. 그것도 달랑 20분 만에. 결코 깊은 지식은 아니지만 '잘난 척도 가능한' 얕은 "기초 상식" 투하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런 멋진 코너다.
 
게스트로 초대된 '기술 전수자'들이 한 입담하는 인사들인데, '가볍기 짝이 없는 무학의 통찰력'을 자처하는 김어준과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만담을 듣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난다. 적당한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적당히 속물적인 그런 ㅋㅋ

예를 들어, 와인이라면 "여름이니까 쇼미뇽 블랑이 좋겠네요"라는 정도. 커피의 경우는 "에스프레소 도피오로 주세요"  마지막 촌철살인 김어준 님의 말씀 "와인은 즐기라고 있는거다. 공부하라고 있는게 아니다"

가장 흥미로운 코너는 목요일마다 하는 'No상담' 코너. 어딘가 허술하고 빈틈이 많은 하버드 석/박사 간신히 졸업한 황상민 교수의 앵앵거리는 말투, (라디오라 보이지 않지만) '폭발적인 표정연기'가 압권이란다. 그래서인지 심지어 출연자 중 유일하게 사연을 신청받아서 공개방송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듣다보면 은근히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전문가같지 않은 심리학 교수라는 설정이 좋고 핵심을 파고드는 힘이 있다.

그중에서 나의 경우와 비슷해 공감이 가는 몇가지 케이스를 한번 들어보고 명쾌한 해답을 들어보도록 하자.

# 미니 공개방송(4)-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안 됩니다. 나중에 저의 존재는 어찌될까요?(9/29)

맘대로 안되는 인간관계가 고민인 대학생. 초/중/고등학교 친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되지 않는데 앞으로 결혼이나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솔루션은 의외로 "인생에는 쓸데없는 관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대답이다. 아..이런 반전이 있나? 나도 이 사람과 비슷해 성격이 무심해서 타인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이 않고 한두번 본 사람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갖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황 박사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는 사람은 '겁먹은 동물'이다. 이런 리얼리스트의 삶은 허전하다."고 말하고 "관계로부터 덕볼 생각이 있는 사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는 두려움이 크다."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대인관계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런 사람은 연애, 결혼과 같은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모든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한다. (흠..의외의 결론) 

# 나는 쓰면서 푸는 타입, 남편은 아끼면서 앓는 타입..함께 행복하려면?

서로 인생관이 다른 부부가 있다. 아내는 콘서트를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좋아하고 남자는 집에서 TV나 보며 돈을 안껴야 잘 산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김어준의 아주 얕은 통찰력의 조언은 '세상에 감정은 공짜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즉, 긍정적인 마인드는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 기쁜 마음도 공짜가 아니다. 콘서트나 음식 정도면 저렴한 편이다는 말. ㅋㅋ 자기 취향을 분명히 얘기하는 인간이 제대로 된 인간이다. 너의 취향과 가치를 알고 난 후 충족할것인가 유보할 것인가를 결정해야한다.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왜 현재를 희생하는가? 흔히, '아껴야 잘 살죠"라는 말을 하는데 불안한 미래를 위해 모아야한다고 생각은 문제가 있다고. 우리가 늙기 위해 사나? 막상 노후가 되면 더 불쌍해질 수 있다. 자식에게 뺏길 수도 있고, 돈의 가치가 바뀔 수도 있다.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은데 왜 자기 행복을 유보해서 늙어서 행복하려 하는가? 맛있는걸 먼저 먹을까? 늦게 먹을까? 자기 만족을 유보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마시멜로 이펙트'는 허구다. (우와 통쾌하다!!!!)

남편에게 충고: 남편이 '나의 20~30년 인생 설계를 다시 해야한다', 내 자신을 위해 뭘 하면서 사는가를 생각해봐라. 아내를 스승으로 삼아 집에서 아내로부터 간접 체험을 한 후 인생의 즐거운 길을 찾으라. 아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내와 행복해질 미래를 준비해라. 행복에 투자해라

아내에게 충고: 당신의 즐거움을 남편에게 왜 중요한 활동인지에 대해서 설명하라. 나의 행복을 사느라 5만원을 썼다고 나눠서 말해라. 남편이 뭐라하면 "내가 행복해지는게 싫어?"라고 말해라.

# 가사분담문제로 남편과 싸움이 잦습니다.(7/14)

부부 싸움은 결혼 초에는 사소한 결혼 습관으로 인해 불거지고 좀 지나면 가사분담, 아이가 생기고 나면 육아 분담으로 인해 싸움이 잦아진다. 특히 맞벌이의 경우 가사분담, 육아분담은 현실이다. 둘다 일에 지쳐 들어오면 서로가 좀 더 이해하고 배려해주기를 원하는 것이죠.

부부가 가사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나눠서 그대로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인가? 식사를 맡은 아내가 퇴근 후 허겁지겁 식사 준비를 하는데 남편은 소파에 앉아 빈둥거리는 모습에 화가 난다면? 왜 남편은 힘든 아내를 위해 사과를 깎아주는 자상함이 없는가를 불평하는 아내가 문제인가? 황 박사의 결론 '남편에게 기대할 걸 기대하라'는 파격 조언 ㅋㅋ 결론! 남자라는 로봇은 여자를 위해서 스스로 프로그래밍하는 존재가 되지 못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라.

결국 부부간의 가사 분담을 무 자르듯이 구분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한. 부부간의 쓸데없는 계약은 하지 않는 것이 좋고, 계약이 많아질수록 문제가 많아진다는 새로운 접근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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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누구나 외롭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바쁘고, 들어주기란 쉽지 않다. 만약 여러분도 이런 사소한 고민이 있다면 팟캐스트로 출퇴근시간에 한번 들어보라. 옆사람에게 눈치보일 정도로 킥킥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속이 후련해질 것이다.


[덧1] 다른 이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게되는 라디오가 참으로 매력적인 매체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덧2] 잠깐 든 생각인데 기업 미디어(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를 통해 이런 색다른 고민 상담을 한번 해주면 어떨까? 예를 들어, 남편이 바퀴벌레처럼 보여요? 라거나 나는 왜 이렇게 애인을 휴대폰처럼 자주 바꿀까요? 라거나 ㅋㅋ
 

# 관련 링크(알고보니 2010년 한겨레 신문 '그까이꺼 아나토미'라는 상담 코너에 기고해옴)

연애는 단막극…결혼은 연속극 한겨레 생활/문화 2010.05.08 (토)
남친 말고 딴 사람한테 빠져버렸는데…양다리 걸쳐도 될까요? 한겨레 생활/문화 2010.03.07 (일)
화도 안 내는 애인 답답해요 한겨레 생활/문화 2010.02.06 (토)
착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외로울 때 한겨레 생활/문화 201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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