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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우리 인생의 3가지 질문, '라이프 인 어 데이'를 보고

by 미돌11 2011.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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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이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먹고 옷입고 차를 타고 회사를 가서 일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평온한 일상 말이다. 누구나 비슷한 하루를 살고 있지만 평범한 우리들의 삶의 순간 순간이 차곡차곡 모여 우리의 멋진 인생이 된다. 가끔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병원에 입원하거나 명절 같은 큰 행사를 치르고 나면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옴에 안도하곤 한다.


라이프 인 어 데이(Life in a Day)라는 이 영화의 출발점은 '유투브'다. 이 영화는 전 세계 197개국의 사람들이 2010년 7월 24일 단 하루동안의 '일상'을 촬영한 영상을 유투브에 올린다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전 세계인들이 같은 시간대의 삶을 담은 영상 클립 1,125편 중 331명의 영상이 온라인으로 서로 연결되었다. 이 다큐멘터리 형태의 영화는 2011년 선댄스 영화에 시사회에 26명을 초청했다. 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는 리들리 스콧이 제작하고 케빈 맥도날드가 연출했으며, 리들리 스콧, 토니 스콧 형제의 영화제작사 스콧 프리 프로덕션과 유튜브가 함께 제작하고 LG에서 스폰서했다. 

이 영화에서는 모든 인물들에게 3가지 기본 질문을 던진다.  (질문 옆을 드래그하면 나의 대답이 있다.)

1. 지금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물건은 무엇입니까? (휴대폰, ID카드)
2.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가족, 아들)
3.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잊혀진 존재가 되는 것, 전쟁)

201년 7월 24일. 이날은 어떤 이에게는 평범한 하루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최고의 하루이기도 하며, 어떤 이에게는 힘겨운 하루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본 순간은 다음과 같다. 



 
• 만삭의 여인이 어린 쌍둥이와 함께 뱃속의 아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 일본의 한 가정, 쓰레기 같이 열악한 집안에서 어린 아들을 깨워 아내의 영정 앞에 인사를 하게 하는 아빠의 모습. 엄마 잃은 아이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진다.
• 노년의 노부부의 금혼식. '가끔 입으로 해주면 안되나요?'라는 식의 재밌는 주례사와 키스씬으로 마무리. 이렇게 늙고 싶다.
• 스페인 바로셀로나 지방을 대표하는 전통 놀이이기도 한 '인간 탑 쌓기(카스텔스, Castells)'에서 맨 꼭 대기에 거침없이 올라가는 용감하고 작은 소녀 버지니아
• 생애 첫 면도 장면을 촬영하는 아버지와 아들. 면도칼에 베어 피를 흘리며 낄낄대는 모습이 즐겁다.
•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 윤옥환씨는 남북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해 9년 동안 190개국을 여행했다고.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만난 그는 자전거를 끼고 얼굴은 검게 그을렸으며 탄탄한 몸을 가진 강한 사람이었다.
• 암에 걸려 수술은 받고 아픈 엄마와 이를 지켜보는 어린 아들과 아버지.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아내가 아프기 때문에 더 이상 두려움은 다른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 마지막 장면. 아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소녀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차 안에서 카메라에 이야기하는 장면. 종일 특별한 걸 찍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별다른게 없어서 절망스러웠던 하루.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거라고 다짐하는 그녀에게서 우리는 위로를 얻는다. 그래 우리는 멋지게 달라질거야 ^^

누구에게나 하루는 똑같지만, 그 의미는 서로 다르다.

요즘 예능도 리얼이 대세다. 이 리얼한 영화는 시종일관 날 것 그대로인 우리 인생의 한 장면을 예고없이 쑥 들이민다. 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오는 햄스터(때로는 마약), 전화로 할머니에게 느닷없이 커밍아웃을 하는 동성애 청년, 소를 목을 따는 잔인한 도살자, 암에 걸린 엄마가 아이를 타이르는 장면 등 단 하루동안의 우리 일상을 특별한 스토리 없이 시간의 순서대로 담당히 편집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3가지의 질문을 제시하고 다양한 답변들 속에 숨어있는 삶에 대한 신념, 때로는 편견 가끔은 지혜를 만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한다.

언어도 다른 전 세계 사람들은 같은 듯 다른 일상을 지켜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웃고, 찡그리고, 미소를 짓기도 하고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잃기를 두려워하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가족 그 중에서도 아들이고,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잊혀짐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사실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 나는 얼마나 무가치한 인간인가.

서로 다른 인종, 서로 다른 촬영 스타일, 영상의 들쑥 날쑥한 품질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영화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편집과 음악의 힘이다. 수많은 스토리를 하나의 깔대기로 담아 병에 담아 하나의 메시지로 녹여내는 감독과 제작자의 솜씨가 멋지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끼질지 모르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 영화에 깊이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순간, 당신의 인생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Yes!!!!!!


 # 'Life in a Day' 유투브 영화 트레일러 http://www.youtube.com/lifeinaday 

 

라이프 인 어 데이
감독 케빈 맥도널드 (2011 / 영국,미국)
출연 신디 바에르,매튜 어빙,모이카
상세보기
• 제작: 리들리 스콧, 토니 스콧
• 제작사: 스콧 프리 프로덕션, YouTube, LG
• 제작 국가: 미국, 영국
• 제작 연도: 2011년
• 러닝 타임: 95분
• 장르: 리얼 라이프 드라마
• 2011년 선댄스 영화제 프리미어 상영 / 유튜브 사이트 동시 라이브 중계
• 2011년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상영


>> 전체 영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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