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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쓸쓸한 좌판'일까요?

by 미돌11 2009.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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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외국계 네트워크 스토리지 기업의 홍보 마케팅팀장인 전 직장 동료 제프리군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 알고 서로를 잘 아는 사이라 그런지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이젠 블로그라는 같은 주제를 갖고 대화를 할 수 있어 더 좋다. 한때 내 홈페이지에 방 하나를 빌려 둥지를 틀었던 그는 거기서 나를 <딜레땅뜨 미도리>라고 평한 바 있다. 제프리는 예민하고 Bright하고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을 꿈꾸지만 한편으로는 소심한 면이 있다. 음악과 사진기(사진 아님 ^^)와 여행을 좋아하고 필기구와 언어에 예민하다. 

요즘 글로벌 기업의 지사들도 리세션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인력이 줄어 힘든데 일은 계속 자꾸 더 늘기만 한다고 울상이다. 고연봉이긴 하나 요즘 들어 부쩍 챌린지가 심해져서 힘에 부친다고 푸념이다. 한국기업처럼 한일 전 야구 중계를 같이 보며 으샤으샤하는 맛도 없고, 직원들은 부품으로 소모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그래도 엄청 고연봉 -,.-)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그는 언론홍보로 잔빼가 굵은 홍보맨이지만 온라인에 관심이 많고 일찍부터 홈페이지를 운영했던 얼리어답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블로그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비해 블로그는 비정형적이고 organize되지 않아서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그가 홈페이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인 archive역할 만으로도 충분하고 스스로 대화의 욕구가 별로 없어서라고 한다. 온라인을 통한 소통은 큰 의미가 없고, 소통은 오프라인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란다.

그는 김영하의 산문집 <포스트잇>에서 인터넷을 '쓸쓸한 좌판'이라고 표현한데 동의하는 편이라고 한다. 한때 '문단의 인터넷 광신도'라 불리며 97년부터 홈페이지를 열성적으로 운영했던 김영하가 2004년부터 인터넷과 결별하고 오직 '소설 쓰기'에만 몰입하고 있는 걸 보면 그의 심경을 짐작할 수 있다.
정말로 인터넷(블로그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은 거대한 거짓말이고 추악한 욕망인걸까...

사람들은 인터넷에 모든 게 있다고 말해요. 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어요. 어느 학자가 '인터넷은 디즈니랜드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어요. 제가 보기에 인터넷은 차라리 '시골장터'예요. 너도나도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기 사진과 자기 글, 자기 이야기를 올려놓고 흐뭇해하지만, 그건 일종의 자기들끼리 사고 파는 ‘좌판’같은 거예요. 그것도 아무나 지나가며 내려다보는, 쓸쓸한 좌판이죠.


 

포스트잇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영하 (현대문학,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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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선물로 준 아이템: 몰스킨 다이어리, 레트로 메모키트(사진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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