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패싱 (넬라라슨)

얼마만에 오프라인 독서모임이니 감개무량하다. 
코로나로 다시는이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달의 책인 <패싱>은 1930년 흑인 여성 최초로 구겐하임 펠로우십을 수상하고 할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인 넬라 라슨의 자전적 소설로 “인종의 본질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라 할만하다.

‘패싱’은 대개 백인 행세(White passing)를 뜻하지만, 타인이 선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체성을 숨기는 커버링(~하는체)의 개념으로 널리 통용된다.

#애증의두친구
상반된 기질의 어린시절 친구인 클레어와 아이린은 10년만에 우연히 재회한다.
언제나 완벽하게 평온한 삶을 이어가고 싶은 아이린과
“언제나 위험의 극단에서” 백인의 삶을 거짓으로 쟁취한 위태로운 삶을 선택한 클레어.

#인종이라는규범
1920년대 뉴욕 맨해튼의 할렘을 배경으로, 백인과 흑인 사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던 밝은 피부색을 지닌 흑인 여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클레어가 안타깝게도 이해가 간다.

#열린결말
마지막에 결국 클레어가 자신이 속하지 못했던 흑인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건인지
남편과의 사이를 의심한 아이린에 의한 미필적 고의로 인한 자살방조인지에 대해 회원들간 격렬한 토론도 무척 재밌었다.
일부러 애매모호한 열린 결말을 의도한 작가의 의도가 적중한듯.

#문장의매력
두 인물의 팽팽한 욕망과 이에 따르는 불안과 아슬아슬함으로 긴장을 놓지 못한다. 마치 한 여성 내면을 들여다 듯한 섬세한 심리 묘사가 탁월한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당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되묻게 된다.
주어진 안정을 추구할 것이냐?
주체적 욕망에 충실할 것이냐?

✏️인상적인구절
그녀는 ‘패싱’이라는 위험한 일에 대해 알고 싶었다. 익숙하고 친근했던 모든 것을 끊어내고, 아마 전적으로 낯설지는 않더라도 분명 전적으로 우호적이지는 않을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는 시도에 대해. -p.34

'패싱’이란 게 좀 묘하긴 해. 우린 그걸 비난하면서도 용납하잖아.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극도로 혐오하고 멀리하면서도, 눈감아주고.-p.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