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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박찬욱의 <아가씨>가 불편했던 이유

by 미돌11 2016.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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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7년만에 갖고 돌아온 아가씨를 보고 온지 일주일만에 이제사 리뷰를 쓰는 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다. 이게 남근주의에 대항하는 페미니즘 영화라는 건 말도 안된다. 

박 감독은 공동경비구역JSA는 대박을 쳤고 이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에 이르는 하드보일드 복수 3부작이 성공을 거두면서 가학적/폭력적 성향이 짙어지더니 7년만의 복귀작인 아가씨에서는 일본의 패티시와 근친상간/동성애까지 이르렀다. 

나는 멋진 미장센을 보여줘온 박찬욱에 대해서 꽤 호의적인 편인데 이번에는 페미니즘을 가장한 동성애를 볼거리로 내세운 것이다. 이모부(조진웅 역)가 아가씨(김민희 역)에게 낭독을 시켜서 돈을 버는 것도 그렇고, 손가락을 자르거나 묶어서 매달거나 문어가 등장하는 것은 또 무슨 박찬욱 식 패티시인가 싶었다. 

원작인 <핑거스미스>의 배경이 빅토리아시대였는데 이미 미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서 이 영화는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걸로 변경했다고 한다. 원작이 가부장제의 폭력과 위선을 계층이 다른 두 여성의 사랑을 통해 폭로하고 조소했다면 아가씨는 오히려 여성들을 성 상품화로 이용한 듯한 느낌이랄까. 감독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맞서 싸우는 퀴어영화라고 했지만 말이다. (맞나?) 

영화 속에서 일본어로 퇴폐서를 낭독하는 장면이나 서재 등 웅장한 세트장은 칸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술감독상을 타기에 충분할 정도로 뛰어난 미장센은 칭찬할 만하다.

다만, 너무 아름다움에 집착한 나머지 인물 감정 묘사에는 공을 들이지 않아 공감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노출 수위나 두 여자의 성교 장면은 상징을 고려한 나머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서 헛웃음이 날 정도. 맨 정신으로 이걸 해내다니 김민희, 김태리 두 배우가 참 대단하다 싶다.

찾아보니 그가 설국 열차를 제작해 해외 배급까지 했다니 그가 한국영화에서 영향력이 대단한 감독임에 틀림없다. 그의 딸이 영화 제작에서 미술팀 막내로 참여했다는데 참 자식들에게 보여주기에 권할만한 영화였을지 궁금하다. 

아직도 여성은 젠더와 계급으로 이중 착취를 당하는 우리 사회에서 대형 스크린에 대놓고 SM물을 틀어놓는 듯한 느낌이 매우 불편하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어떤 인물에도 공감하기 어렵다는 점이 참으로 기이할 정도이다. 

사기꾼 백작역의 하정우나 이모부역의 조진웅도 좋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사람은 아가씨의 이모역인 문소리인데 어디에도 이름 한번도 나오지 않다니 정말 너무하다. ㅠ

개인적으로 가장 폭력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은 이모부가 (둘이 웃었다는 이유로) 이모와 아가씨의 얼굴을 장갑으로 비벼대는 장면이다. 정말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말하자면 남자들의 성욕은 착취, 소유, 물신숭배와 연결돼 있고 여자들끼리의 섹스는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고 성장시킨다._박찬욱 감독 인터뷰 중에서


여자들이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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