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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통쾌한 액션쾌감의 '베테랑'(2015)

by 미돌11 2015.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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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보고 내게는 몇가지 키워드가 남았다. <베테랑>은 당신의 9편의 영화 중 가장 보편적이고 타점 높은 코미디를 구사하는 오락영화였고, 황정민은 류승완의 페르소나로 완전히 안착한 듯 보였다. 한국 사회의 각종 부조리를 낱낱이 들춰내면서 거기에 가볍게 3단 발차기를 날리는 류승완, 그만의 재기발랄함으로 시종일관 유쾌한 영화였다. 무거운 주제의식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그의 장점 중 하나지. 꼰대처럼 가르치려 들다간 바로 걷어차일테니...


베테랑 (2015)

Veteran 
8.4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장윤주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3 분 | 2015-08-05
글쓴이 평점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남은 키워들 몇개를 해시태그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 베테랑

류승완표 폴리스 스토리. 실제로 베테랑에는 성룡의 폴리스스토리에 대한 류감독의 오마주가 담긴 장면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초창기 그만의 버거운 스타일을 걷어내고 대중적이고 매끈한 흥행 스토리를 갖고 돌아왔다. 내가 본 류승범 영화의 베스트3는 <아라한장풍대작전>. <부당거래>, <베를린> 정도다. 특히, 류승완 감독이 <부당거래> 때 중고차를 밀매하는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경찰 얘기를 취재했을 때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인상적이라 이번 <베테랑>이란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니 <부당거래>의 연장선 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페르소나가 류승범에서 유아인으로 바뀐 정도랄까? (류승범이 관객들이 이미지가 비슷하면 질린다고 이 영화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멋진 형제 ^^)

베테랑은 어떤 일에 능숙한 직업인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의에 맞서 싸우는 개인을 그린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베테랑처럼 각자 주어진 역할만 제대로 해 낸다면 이 세상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갈수록 정의가 사라져가고 있는 삭막한 현실에서 이 영화는 정의가 승리하는 세계를 그리는 판타지 영화로 박수를 받는다. (실제로 상영관에서 몇몇 반전 장면에서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내가 하지 못하니까 누군가는 해주기를 바라고 응원하는 그런 마음을 서도철에게 투영하는지도 모른다.  


# 직업 윤리 

<베테랑>의 주인공 서도철은 산전수전 다 겪어 웬만한 상황에서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는 여유가 몸에 밴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다. 그럼에도 세상의 순리에 쉽게 타협하지 않는 순수한 인물로 등장한다. 

같은 형사에게 "너 돈받았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수갑 차고 다니면서 ‘가오’ 떨어질 짓 하지 말자”(사실 이 대사는 강수연이 감독과의 술자리에서 한 말이라고.)고 말할 만큼 자존감이 높고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갖췄다. 당연한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기에 서도철은 아들과 자주 놀아주지 못해도 사회복지사 와이프에게 샤넬 백하나 못 사줘도, 아파트 전세 대출금에 허덕여도 가오 떨어지지 않게 살자는 최소한의 직업 윤리만큼은 지키고 살았기에 마지막에 승리할 수 있었다. 



# 팀워크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직장(경찰) 선후배 사이인 서도철이 속한 광역수사대 강력2팀은 진짜 가족보다 더 끈끈하다. 미스 봉(장윤주)의 클럽 다니는 취미며, 칼침 맞은 추억이며, 대출금이 남아 있는 가정사까지 서로의 시시콜콜한 사연 모두를 알고 있는 그들. 마치 휴머니즘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랄까....

진짜 형님처럼 푸근하고 잔소리 많지만 결국 서도철의 편을 들어주는 오달수와의 호흡, 데뷔작 같지 않게 무르익은 연기를 선보여 깜짝 놀라게 한 장윤주가 특히 인상적이다. 그녀는 모델에 가수에 배우에 영화 연출까지 전공했다니 정말 재주도 많아~  

베테랑의 강력2팀의 티격태격하는 관계나 아내가 경찰서로 찾아온 장면 등은 성룡의 폴리스스토리에 대한 류감독의 오마주. 


# 이 시대의 정의란?

이 영화에서 가장 신선한 캐스팅인 조태오 역의 유아인은 한국 재벌의 부끄러운 뒷면을 종합적으로 모은  재벌 3세 조태오 역할을 능글능글하게 소화한다. 어려서부터 선과 악, 죄라는 것에 대해 모르고 자랐다. 자기가 잘못해도 사촌이 벌을 받고, 아버지가 늘 봉합해줬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은 할 수 있는데 책임은 따르지 않은 삶을 살아 온 것이다. 


상식이 있는 세상에서, 사람을 때리면 안 되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정의다. 그는 배 기사가 고작 떼인 임금 420만원 때문에 1인 시위를 하는걸 이해하지 못하고 그에게 폭력을 가한 점도 왜 사과해야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시스템 속에서 자란 그는 “미안하다는 사과 하나면 끝날 일을 자꾸만 크게 키운” 괴물이 되었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는 조태오의 말이 이 사회 재벌 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뭔가 땅콩 사태를 이해하게 된달까....) 

재벌과 그들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끼리 '패밀리'라고 하면서 봐주기와 거래를 하는 모습이 현실과 흡사하다. 모 기업에서 회장 대신 들어갔다 나오면 평생 보장해준다는 소리는 공공연하니까. 돈앞에 빨간줄 따위 뭐 대수인가. “대기업 회장 라인을 경찰이 건드린 역사는 없다”는 대사는 <부당거래>에서 경찰, 검찰, 재벌의 커넥션을 재연한 듯한 기분이 든다.  

조태오는 서도철에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라'며 충고하기도 한다. 정의란 무엇일까?
"우리 쪽팔리게 살진 말자"라든가, "쫄지 마, 안 죽어" 같은 대사가 매일 비겁해지는 나를 추켜세운다. 
 자기가 당할 피해를 알면서도 저항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더 살기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 액션 쾌감 

첫 장면인 중고차 사기단 소통작전부터 마지막 명동 결투씬까지 감독은 액션의 수위를 점점 높여간다. 화물업체의 아지트를 급습한 장면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노는 액션을 보는 재미도 좋다. 마지막 명동 결투 장면은 정말 끝까지 간다! 클럽에 광역수사대가 들이닥쳤다는 얘기를 듣고 조태오가 포드 머스탱을 타고 신세계 백화점 앞 8차선 대로로 빠져나가려다가 차가 많아 여의치 않자, 반대쪽인 명동 한복판으로 방향을 돌린다. 명동에서 조태오와 서도철이 벌이는 징글징글할만치 치열한 쌈질은 류승완표 액션의 진수다. 어쩜 명동이라는 그 번화가의 촬영허가를 어떻게 받아왔는지 감독도 프로듀서에게 놀랐다나? 


내가 베테랑 재밌다고 남편에게 추천하자 보고 오더니 "자기 스타일이 아닌데?"라며 의외라는 반응이다.
내가 치고 박는 액션물은 다 싫어하는 줄 아나본데 스타일 있고, 스토리 있고, 메시지 분명한건 좋아한다구! 무작정 겉멋에 쌈질하는 폭력물을 싫어할 뿐. 
암튼 오랫만에 오락영화 보고 나를 반성하고 돌아보게 된 영화. 구질구질한 현실이지만, 비겁하게 현실에 굴종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자! 
류승완 감독의 최대 흥행작인 베를린 700만을 2주만에 가뿐히 제쳤으니 이대로 쭉쭉 1,000만 감독의 대열에 이름을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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