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26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해 다녀왔다. 지난해 론 뮤익 개인전으로 단일 전시 관람객 53만 명, 2025년 한 해 동안 역대 최다인 346만 명을 기록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데이미안 허스트(Damien Hirst)를 들고 나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작업 전반을 아우르며 설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시는 죽음과 영생, 과학·의학에 대한 인간의 믿음과 욕망, 예술 가치와 시장 논리 등 작가가 탐구해 온 핵심 주제를 조명하며 현대사회의 삶과 가치에 대한 폭넓은 담론의 장을 마련한다.

데이미안 허스트 -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데이미언 허스트는 1980년대 말 런던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영국의 현대미술가로, 1990년대 YBA(Young British Artists) 흐름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죽음·신앙·과학·소비 같은 인류 보편의 주제를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 관객이 즉각 반응할 만큼 직설적인 오브제와 설치로 정면 돌파해 왔다.
전시 정보
작가 : 데이미안 허스트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간 : 2026-03-20 ~ 2026-06-28
시간 : 10:00 ~ 18:00 / 10:00~21:00 (수, 토 야간개장)
관람료 : 8,000원
죽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 수조에 담은 ‹자연사› 연작,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 등의 대표작을 비롯하여 ‹벚꽃› 연작 이후의 미공개 최신작이 포함되어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나 믿음의 체계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심층적으로 소개한다.

#7. 스핀 페인팅
1994년부터 시작된 스핀 페인팅 연작은 모터를 이용해 캔버스를 회전시키고 그 위에 물감을 흩뿌리는 작업으로 원심력에 의해서 색들이 마구 뒤섞이고 퍼져나가며, 우연 같은 장면들을 무작위로 만들어 낸다. 이 연작은 우연성과 즉각성, 통제 불가능성에 운명을 맡긴다는 점에서 꽤 탁월하다. 회전하는 동안 열려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역동하는 삶을 상징한다면, 회전이 멈추는 순간 박제되는 하나의 이미지는,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우연이 더 훌륭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죽은 소머리에 몰려든 날파리 🪳
포름알데히드에 담긴 거대한 상어 🐋
다니아몬드가 박힌 해골 💀
약국이 아닌 전시장의 알장💊
죽은 나비로 만든 나비 색면 페인팅🪰
유명한 스팟 페인팅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두개골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를 비롯해, 그의 시그니처로 꼽히는 죽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 수조에 담은 ‘자연사’ 연작까지 대표작들을 생명의 유한함과 죽음, 실존의 문제를 독창적인 시각언어로 탐구한 작가의 작품 세계라는 평가를 얻었다.

#15.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년 처음 공개된 이래, 허스트의 대표작이자 21세기 시각문화의 강력한 아이콘이 된 작품. 18세기에 살았던 실제 사람의 두개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가 백금 두개골을 장식했는데, 원래의 치아를 살려 제작했다고.
특히 눈구멍의 안쪽과 턱뼈의 내부까지 다이아몬드로 뒤덮어서 어느 각도에서도 죽음의 그림자 대신 보석의 광채를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해골의 이마 중앙에는 제3의 눈을 뜻하는 거대한 분홍색 다이아몬드를 배치해서 육체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정신적인 깨달음을 표현했다. 과거의 화가들이 해골을 통해 인생의 허무함을 강조했다면, 허스트는 반대로 죽음을 찬란하고 화려하게 장식한 것.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해골이라는 전통적인 죽음의 상징 위에 다이아몬드라는 가치의 기호를 덧씌워, 인간이 죽음을 돈과 권력으로 무마하려는 욕망 자체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동물을 포름알데히드로 보존해 전시하는 ‘자연사’ 연작은 자연사박물관의 표본 진열처럼 죽음을 감정이 아닌 관찰 대상으로 만들어 관객을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타이거 샤크'라는 상어를 직접 주문해 포획해 만든 이 상어가 든 유리 탱크의 무게는 무려 20톤이 넘는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어부에게 ‘당신을 잡아먹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상어’를 잡아달라고 주문했다고. 관객이 이 상어를 실제로 마주했을 때 본능적인 두려움과 위압감을 느끼길 원했기 때문이다. 죽음의 공포를 물리적인 실체를 통해 마주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하는데,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결코 죽음이라는 상태를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없다는 역설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사용된 상어는 1991년 발표 당시의 그 상어가 아니다. 보존처리에 문제가 생겨 부패가 시작되어 2006년 새로운 상어로 교체해 이번 전시에서 13년 만에 관람객 앞에 다시 공개됐다.
#10. ‹천년›

유리 벽으로 두 개의 구역이 나뉘어 있는데, 한쪽에는 죽은 소의 머리가 놓여 있고 바닥에는 흥건하게 흘러나온 핏자국도 선명하다. 반대편에 배치된 흰색 상자에서는 구더기들이 파리로 부화해 이 구멍을 통해 반대편으로 향할 수 있다. 그곳에 놓인 죽은 소의 머리는 파리들에겐 생존을 위한 양분인 셈이다. 그런데 바로 위를 보시면, 보라색 빛을 뿜어내는 전기 살충기가 매달려 있습니다. 배를 채운 파리들이 빛에 이끌려 날아오르는 순간, 이 살충기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도록 설계되어 삶과 죽음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섭리가 사실상 얼마나 냉혹하고 잔인한 것인지 보여준다.
#13. ‹신착 꽃›
2019년에 시작한 벚꽃 연작 가운데 하나로 3년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데 몰두해 직접 붓질을 해서 그렸다. 짧은 기간 화려하게 생명력을 꽃피웠다 지고 마는 벚꽃은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욕망을 보여주는 소재라는 점에서, 허스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색채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매혹을 엿볼 수 있는 작품.



#12. ‹죄인›

약장 시리즈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초기 작업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상징 가운데 하나. 1988년에 제작한 ‹죄인›에는 골드스미스 대학 재학시절 할머니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실제로 할머니의 약장에 가득 채워져 있던 약품들을 보고 의학과 약품에 보내는 절대적인 믿음을 투영하는 상징처럼 보였다고 한다.
기독교에서 인간이 신앙을 통해 신과 화해하고 구원받듯이, 이 약장은 할머니를 위한 추모의 공간인 동시에 현대인의 새로운 종교인 의학을 향한 숭배의 공간처럼 보인다.






현대미술계의 살아있는 이슈, 데이미언 허스트. 누군가에겐 동시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한 성취이고, 누군가에겐 과잉된 퍼포먼스와 상업성의 상징이지만, 적어도 허스트가 ‘현대미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시험해 온 인물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이런 멋진 전시를 8천원에 해주다니 관람료 좀 올려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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